왕눈사람의 체스강좌/왕눈사람의 체스이야기

2014 재팬리그 후기

kingsnowman 2014. 8. 1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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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일본에서 열린 재팬리그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2번의 피데(FIDE) 토너먼트가 열리는데
재팬리그는 매년 8월에 일본의 추석이라고 할 수 있는 오봉(8월 15일)전에 열리며
4일간 7라운드가 진행되는 대회입니다.
이번에는 8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렸습니다.

 

재팬리그는 기본적으로 일본 체스 플레이어들을 위해 열리는 대회로 오픈 대회로 열리기 때문에 외국인의 참가가 가능합니다.
이번 대회에 외국인들이 몇명 있었는데 일본에 거주 중인 분들로 보이며 외국에서 온 참가자는 저희들 뿐인것 같았습니다.
일본체스협회 규정에 따라 2014, 2015년에 국제대회에 일본대표로 참가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일본 체스선수는 이 대회에 참가해야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즉, 이 대회는 국제대회에 출선할 일본 선수를 선발하는데 기준이 되는 대회이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43명이 참가하였는데 이번 대회는 2014올림피아드 기간에 열려 올림피아드에 참가하기 위해 노르웨이에 간 일본 남녀 상위선수 10명이 참가자지 못하여
이전보다 10여명이 적은 34명이 참가하였습니다.
일본 대회 중에서는 수준이 높은 편이고 참가비가 꽤 높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성인위주로 체스대회에 경험이 많은 선수들 위주였습니다.

 

일본이 한국과 다른 점은 일본체스협회는 회원제로 운영되어 협회가 여는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이 필요하며 가입한 회원에게는 자체 레이팅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가입시 가입비가 필요하며 매년 회원 자격을 갱신하기 위해서는 연회비 납부가 필요합니다.
미국체스협회(USCF)가 이와 비슷하게 운영되며 자체 USCF 레이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일본체스협회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팬리그에 참가하여 여러가지 점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중에 배울만한 인상적인 점이 대표적으로 2가지 있었습니다.

 

첫번째로 시합 후 검토 문화가 인상적이였습니다.
한국이나 다른 외국 시합에서도 시합이 끝난 후 게임에 대한 분석을 하지만 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재핀리그에서는 승패나 실력, 나이에 관계없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대국자끼리 충분한 시간에 걸친 검토가 이루어졌습니다.
검토를 여러번 해봐서 그런지 실력이 약하거나 나이가 어린 선수들도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중요한 장면으로 계속 돌아가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검토해보는 기본적인 검토 기술들이 좋았습니다.
다른 대회에서는 검토를 하더라도 검토 중에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지 않거나 자신의 의견 제시에 그치거나
한가지 아이디어만을 너무 깊게 검토해버리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서
재팬리그 참가자들은 검토가 능숙한 편이라고 느겼습니다.
대국장과 별도로 있는 검토장에서 열정적인 검토가 매 게임 이루어지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실력향상을 위해서 시합 후 시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자주 이야기하지만 매 시합 상대방과 충분한 검토를 하는건 쉬운일이 아닌데
재팬리그에서는 검토가 매 시합마다 충실히 이루어졌습니다.

 

두번째로는 모든 실력의 선수들이 수를 두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습니다.
제한시간이 매우 긴 스탠다드 대회에(제한시간이 1시간 이상인) 참여해보면 대부분의 대회들에서
실력이 높은 선수들끼리의 시합이 늦게 끝나고 실력이 낮은 선수들끼리의 시합이 일찍 끝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 선수일수록 시합이 일찍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팬리그에서는 다른 대회에 비해서 많은 시합들이 늦게까지 진행되는 편으로
그 중에서도 하위보드 시합(실력이 낮은 선수들끼리의 시합)이 오히려 상위보드보다 눚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거의 모든 라운드에서 하위보드들의 시합이 4~5시간 이상 진행되어 시합중에서 가장 늦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 매우 인상적이였습니다.
제가 직접 시합을 해본 경험이나 하위보드들의 시합을 관찰해보면 시합의 처음부터 매수마다 3~6분씩을 꼬박꼬박 사용하는 편이였습니다.
실수를 하기 않기 위해서 매수마다 기본적인 사항들을 항상 확인하고 수를 두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수를 두면 바로 수를 두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기본적인 실수를 하는 경우도 드물었습나다.
다만 시간이 부족해지면 실수가 나오기 시작하는 편이였습니다.
보통 대회들에서는 하위보드의 시합의 경우 빠르게 수를 두다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위보드의 시합들이 매우 길게 진행된다는 점은 아주 인상적인 관경이였습니다.

 

재팬리그에 시합을 해본 일본선수들을 다른나라 선수들과 비교해보면
같은 레이팅이면 일본선수들이 다른나라 선수들에 비해서 오프닝이 강하고 전술과 전략, 엔딩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가 일본선수들이 하위보드라고 해도 매수마다 충분한 시간을 쓰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통 체스선수들이 오프닝을 잘 몰라 오프닝에서 실수를 했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한 그랜드마스터는 그 말에 대해서
'아마추어들이 오프닝실수라고 하는 것의 대부분은 전술실수이다'라고 직설적으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빨리두거나 기본적인 전술사항들을 확인하지 않고 두를 두어서 실수를 해놓고는 오프닝을 몰라서 실수를 했다고 핑계를 댄다는 말입니다.
재팬리그에서 이 말을 아주 잘 느낄 수 있었는데 매 수 심시숙고해가면서 전술적인 사항들을 잘 확인해가며 수를 두기 때문에
오프닝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드물어 같은 레벨에 비해서 오프닝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시합 초반에 오프닝이 강하다는 첫인상을 받다보니 오프닝 비해서 전술과 전략, 엔딩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것 같았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시간 사용이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좋고 매 수 심사숙고하는 시합태도 때문에
같은 실력의 전술, 전략, 엔딩이라면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일본선수들의 레이팅이 더 높은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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